지난 6월 본지는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역량기반 졸업요건 개편… 어떻게 달라지나」를 통해 개편된 졸업요건의 세 가지 충족 경로를 소개했다. 이후 학우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성취기반평가와 새로운 졸업요건은 어떻게 연결되는지, 대학이 말하는 AI 역량은 무엇인지에 관한 궁금증이 이어졌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역량평가 TF 교수진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역량기반 졸업요건과 AI역량평가의 취지, 평가 기준과 준비 방향을 살펴보았다.
교과목의 성취에서 졸업생의 역량으로
성취기반평가가 개별 교과목에서 학생이 정해진 성취 기준에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확인한다면, 역량기반 졸업요건은 여러 교과목에서 쌓은 지식과 능력이 졸업 시점에 전공자로서 충분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제도다. 김 교수는 “두 제도는 서로 다르게 설계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선이라고 보면 된다”며 “수업을 통해 습득하도록 설계된 지식과 기술, 역량을 잘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 공통된 취지”라고 말했다.
이를 이해하려면 평가와 성적 부여의 차이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평가는 학생이 무엇을 이해하고 어떤 역량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며, 성적 부여는 그 결과를 학점으로 나타내는 절차다. 배 교수는 “성취기반평가에서 평가는 학생의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파악한 역량이 성취 기준에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확인한 뒤 학점을 부여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황 학장은 이를 벌집과 꿀에 비유했다. 황 학장은 “제도는 벌집과 같고, 평가에 관한 고민은 꿀과 같다”며 “벌집이 있어야 꿀을 체계적으로 모을 수 있듯이 교수자들의 평가에 관한 고민이 교육적 혜택으로 이어지려면 이를 축적할 제도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이 말하는 ‘AI 역량’이란
교수진의 답변을 종합하면 대학이 평가하려는 AI 역량은 크게 AI에 대한 이해, AI를 활용한 문제 해결, 산출물 검증, 효율적인 활용으로 나뉜다. 배 교수는 “AI에 관한 기본 지식과 모델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롬프트를 작성하거나 AI 에이전트를 조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AI가 생성한 결과에는 환각이나 오류가 있을 수 있어 산출물을 검증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같은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제한된 자원으로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결과를 얻는 능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효율적인 AI 활용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AI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역량의 정의와 평가 지표는 아직 논의 중이다. 역량평가 TF는 다른 대학과 기관, 산업계의 기준을 검토하며 공통으로 요구되는 역량을 찾고 있다.
외부 평가를 활용하는 이유
현재 대학이 외부 AI역량평가를 활용하는 이유는 평가의 객관성과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대학 내부의 기준만으로 AI 역량을 정의하기보다 다른 대학과 기관, 산업계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기준을 참고하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역량을 정의하면 공인된 기준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어 다른 기관의 움직임과 발맞추려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할 제도가 필요하다면 자체 평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평가만을 계속 활용하는 것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향후 교육과정에 적합한 대학 자체 평가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시험 대비보다 교육과정 속 역량을
교수진은 AI역량평가를 졸업을 위해 단기간에 대비해야 하는 하나의 시험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학장은 “시험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위험하다”며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잘 따라오면 자연스럽게 평가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AI의 기본 원리를 익히는 동시에 AI를 실제 문제 해결에 활용하고, 생성된 결과에 오류가 없는지 검토하는 연습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한 교수는 “AI 역량을 명확히 정의하고 학생들에게 판단 기준을 제시한 뒤, 평가 결과를 다시 교육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역량기반 졸업요건과 AI역량평가가 또 하나의 시험으로 남지 않으려면 명확한 기준과 충분한 안내, 교육과정과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 평가 결과가 더 나은 수업으로 이어질 때, 제도가 목표로 하는 역량 중심 교육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